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와의 관련성 문제로 논란이 된 아키바 겐야 부흥상을 사실상 경질하기로 했다. 기시다 내각에서 두 달 새 벌써 4명이 낙마하면서 정권이 타격을 받게 됐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7일 기시다 총리가 아키바 부흥상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자민당의 와타나베 히로미치 중의원을 기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1월 정기국회의 2023회계연도 예산안 심의와 내년 4월 통일지방선거에 영향을 염려해 아키바 부흥상을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아키바 부흥상이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나 많은 중요 법안 심의에 영향이 없도록 오늘을 부흥추진회의를 마친 것을 끝으로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나 자신의 임명 책임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키바 부흥상은 정치자금과 통일교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다. 아키바 부흥상과 관계있는 정치단체가 센다이시에 있는 사무소 소유자인 그의 어머니와 아내에게 임차료로 약 1400만엔(1억3385만원)을 낸 것을 비롯해 자신이 대표직을 맡은 단체가 통일교 관련 기관에 회비를 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아키바 부흥상의 낙마로 기시다 내각에서 지난 10월 이후 사퇴한 각료만 벌써 4명째다.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은 통일교 행사에 출석한 사실 등이 확인돼 10월 24일 각료 중 처음으로 물러났다. 지난 11월에는 자신의 직무를 ‘사형 집행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고 말해 비난을 받은 하나시 야스히로 전 법상이 사실상 경질됐다. 같은 달 20일에는 데라다 미노루 전 총무상이 정치자금 관련 문제로 낙마했다.
교도통신은 약 2개월 만에 4명의 각료가 사임한 것에 대해 “내각 지지율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권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4번째 낙마가 기시다 정권의 추가 타격이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자민당과 통일교 간 유착 논란 등이 빚어진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달 들어 니혼게이자이신문(35%)과 아사히신문(31%), 산케이신문(37%), 마이니치신문(25%), 교도통신(33%) 조사에서 모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1년 10월 정권을 발족한 이후 최저 지지율을 갱신했다”며 “전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 정권 말기인 21년 9월(36%)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