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중부 도시의 한 수영장에서 흑인 소년들이 인종차별적 조롱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어른들은 이들이 백인만 쓰게 돼 있는 수영장에 왔다면서 폭행한 뒤 쫓아냈다.
29일(현지시간) 복수 외신에 따르면 이 사건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프리스테이트주 블룸폰테인의 마셀스푸어트 리조트 수영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SNS 영상을 보면 한 백인 남성이 13세 흑인 소년을 손바닥으로 때린 뒤 목을 움켜잡고 있다. 이 백인 남성은 흑인 소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한다. 이 백인 남성의 동료들은 흑인 소년을 보호하려던 그의 사촌 형까지 폭행한다.
영상은 한 백인 남성이 흑인 소년의 사촌 형을 풀장에 떠민 뒤 머리를 물밑으로 집어넣으려는 듯한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들은 백인만 쓰게 돼 있는 수영장에 왔다면서 사촌지간인 10대 흑인 소년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이 같은 폭행을 했다.
다른 백인 남성 용의자 두 명과 함께 체포돼 기소된 백인 남성 코부스 클라센(48)은 이날 블룸폰테인 치안법원에 출두해 2만랜드(약 148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는 수영장에서 13세 소년의 목을 조르고 다른 18세 소년을 물 아래로 밀쳐 넣는 등 살인 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두 용의자는 앞서 폭행과 인종차별적 모욕 혐의로 법원에 나와 경고 처분과 함께 풀려났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내년 1월 25일로 연기됐다.
이 사건 영상은 빠르게 확산하며 현지 사회에서 큰 공분을 일으켰다. 남아공 국민들은 극단적 인종분리정책이었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종식된 지 32년이 흘렀음에도 이 같은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한 것에 분노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흑인과 백인 남아공인으로서 우리는 모든 인종차별주의 징후를 규탄하는데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