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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생전 신던 ‘빨간 구두’ 재조명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현지시간) 선종하자 그의 ‘빨간 구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재임기간 동안 교황의 흰색 수단과 크게 대비되는 빨간색 구두를 신었다. 취임 초기에는 해당 구두가 명품 레이블인 프라다 제품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프라다 제품이 아닌 이탈리아 구두 제작자들에게 직접 의뢰해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베네딕토 16세의 빨간 구두는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범한 신발과 크게 대비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교황이 빨간 신발을 신은 경우는 적지 않다. 교황의 붉은색 신발이 십자가에 못박인 예수의 피에 젖은 발, 혹은 가톨릭 순교자의 흘린 피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즉위한 지 8년째인 2013년 2월 사임을 선언했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598년만의 일로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명예 교황’으로 남은 베네딕토 16세는 빨간 구두를 신지 않았다. 빨간 구두가 현직 교황이 아닌 사람이 신기에는 너무 화려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임기 내내 ‘멋쟁이’로 꼽혔다. 패션지 에스콰이어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2007년 ‘베스트 드레서’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빨간 구두 외에도 유명 디자이너의 선글라스, 누비 패딩재킷, 점프수트, 야구모자 등을 착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5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베네딕토 16세는 붉은 벨벳 재질에 끝단이 풍성한 흰 털로 꾸며진 ‘카마우로’ 모자를 착용했다. 모양이 산타 모자와 유사해 주목을 받았으나 이 역시 교황이 방한용으로 쓰는 전통 복식으로 확인됐다. 이에 외신은 보수 성향의 베네딕토 16세가 가톨릭 전통 복식을 되살리려고 이 같은 ‘패션’을 선보였을 것으로 분석했다.

가톨릭 역사 600년 만에 살아생전에 교황직을 내려놓은 베네딕토 16세의 성품이 복식에 드러난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종교매체를 이끄는 로코 팔모 편집장은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선출을 영광스러운 자리로 본 것이 아니라 가톨릭교회를 이끌어야 할 겸손한 자리로 본 것 같다”며 “교황의 옷을 하나의 유니폼으로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자세는 왕처럼 교황직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인 여정이 끝난 것처럼 교황직을 두고 떠나는 베네딕토 16세의 자세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