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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FAANG의 시대 저무나…시총 3789조원 증발


지난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5개 거대 빅테크 기업의 시가 총액이 3조 달러(약 3789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시장을 호령하던 빅테크 기업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들 5개 거대 빅테크 기업을 가리키는 ‘FAANG’이 2022년 주식시장에서 어느 때보다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메타의 주가는 지난해 64% 폭락했고, 넷플릭스는 51% 하락했다. 나머지 3개 기업도 최소 27%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FAANG의 동반 하락은 미국 500대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함께 끌어 내렸다. 지난해 S&P 500지수의 하락 폭은 19%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빴다. FAANG가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시총 급감으로 2021년 17%에서 지난해 13%로 줄었다.

FAANG의 저조한 성적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문업체 뉴버거 버먼의 자산투자전략부문 대표인 에릭 크누천은 “금리가 낮을 때는 투자자들이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서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모든 게 뒤바뀐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2021년 말 S&P 500에서 5번째로 시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10위권에서 벗어나 11위로 주저앉았다.

기술주는 하락했지만 지난해에 부진했던 S&P 500의 에너지 분야는 2022년 59% 반등했다. 소비자 필수품이나 의료보건 등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종목들도 전반적인 시장 성적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의 경우 2021년에는 시총 기준으로 S&P 500에서 상위 25위에 들지 못했지만 지난해 8위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미래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메타와 아마존은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긴축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서 버티겠다는 것이다.

다만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회복하면 빅테크 기업들이 다시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여력도 있다는 것이다. 아폴론자산운용의 에릭 스터너 수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기술주가 다시 시장의 리더로 군림할 수 가능성이 있고 이는 2024년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