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성폭행 등 범죄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자원입대한 미스 우크라이나 출신 아나스타샤 레나가 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아나스타샤는 9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널 붙잡으면 성폭행할까 봐 두렵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고 단호한 대답을 내놨다. 아나스타샤는 “그럴 경우에 대비해 수류탄을 쥐고 있다. (러시아군이) 가까이 오면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리가 다가오고 있다”며 “좋은 소식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나스타샤는 2015년 미스 그랜드 우크라이나로 선발됐다. 이후 세계 미인대회에 우크라이나 대표로 참가했고, 터키에서 홍보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하자 그는 “침략을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모든 사람을 죽이겠다”며 자진 입대했다.
아나스타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팔로어들에게 우크라이나군을 응원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기부금 조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아나스타샤처럼 자원입대한 우크라이나 여성은 3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었던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퇴각하면서 단체 학살과 성범죄 관련 증언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14일까지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체르니히우와 키이우 등 지역에서 성폭행을 비롯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례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러시아군에 의한 고문, 강간, 살인에 대한 더 많은 믿을 만한 보고들이 있다”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더 많은 잔혹 행위를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시 강간은 지난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정’에 따라 전쟁범죄로 규정됐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ICC는 보고된 성폭력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