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북한군 수류탄에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고도 후송을 거부했던 윌리엄 빌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이 9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
미 육군 공수부대 장교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웨버 대령은 1951년 강원도 원주에서 북한군 수류탄에 오른쪽 팔꿈치 아래와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고도 고지 점령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중대를 지휘했다.
고인은 생전에 “한국인들이 자유를 누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됐다면 그것 만으로도 자긍심을 느낀다”며 6·25 전쟁의 의미를 알리는데 헌신했다.
93년부터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았으며 95년 워싱턴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 기념비 완공에 큰 기여를 했다. 2014년에는 6·25 전쟁의 의미를 알리는 데 헌신한 공을 인정 받아 국방부로부터 제2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받았다.
고인은 한국전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질 ‘추모의 벽’ 건립에도 앞장섰다. ‘왼손 경례’로 유명한 고인은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미국 방문 당시 추모의 벽 착공식에 함께 자리하기도 했다. 그는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공원 내 ‘19인 용사상’ 모델 중 1명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한·미동맹은 자유를 위해 싸웠던 영웅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의 애국심과 인류애를 꼭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이어 “웨버 대령의 영웅적 면모는 팔다리를 잃고도 고지 점령의 임무를 완수하고 현역에 복귀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며 “1980년 전역 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을 맡아 한국 전쟁이 갖는 의미를 알리는데 평생을 헌신했다”고 추모했다.
문 대통령도 조전을 통해 “‘한국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하늘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 주신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뵀던 고인의 강건한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며 “고인이 보여주신 용기와 고귀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