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러시아와의 교류 확대가 인도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언급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모디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 수입을 늘리는 것은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는 다만 “회담이 적대적이지 않았다. 솔직하고, 생산적이며,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구체적인 요구를 하진 않았다. 인도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정상회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비난하고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데 있어 인도에 더 많은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왔고, 원유 등 대러 에너지 수입은 오히려 확대해 서방 제재 전선의 구멍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만 13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1600만 배럴)의 81%를 두 달 만에 사들인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무기 구매도 지속하고 있다.
모디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됐다는 최근 뉴스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즉각 이를 규탄하고 독립적 조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모디 총리는 또 러시아 측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회담할 것을 제안했다고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모디 총리가 전쟁의 고통을 염려하면서도 러시아를 침략자로 지목하지 않는 우크리아나 사태에서의 미묘한 선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인도는 정상회담 관련 성명에서 양국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인도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세계 경제 회복, 기후 행동, 남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근 동향, 우크라이나 상황 등 여러 지역 및 글로벌 문제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며 “인도·미국의 포괄적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양국에 엄청난 이익이 되고, 세계 평화 및 번영,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양국 간 안보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인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백악관은 회담 후 낸 성명에서 두 정상이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지역에서 모든 나라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겠다는 공동 약속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직후 각국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간 개별 회담, 이후 외교·국방 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2+2회담을 개최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와의 국방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인도가 러시아 울타리를 벗어나도록 설득하기 위해 미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러시아 군사 장비에 대한 인도의 의존도가 줄어들 정도로 관계를 확장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모리 총리에게 “다음 달 24일쯤 일본에서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다음 달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 방문이 확정되면 비슷한 시기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