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중국·러시아 발 쌍끌이 경제위기…WTO “세계 성장 반토막”


중국과 러시아에 의한 쌍끌이 경제 위기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한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이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반영되면서 미국은 1981년 이후 최대 물가 상승률을 경험하게 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국의 봉쇄 정책은 추가 공급망 병목 현상을 일으키며 물가상승 확대와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성장세가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푸틴의 물가 인상으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엄청나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2월 CPI 수치는 러시아의 부당한 침공으로 인한 석유와 가스 비용 급증의 영향 상당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침략이 시작된 이후 휘발유 가격이 약 25% 인상됐다.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 데이터의 큰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12일 발표되는 지난 3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7.9% 상승으로 40년 만의 최고치 상승을 기록했는데, 지난달은 더 심하다는 의미다.

경제학자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침공, 치솟는 유가, 중국의 봉쇄, 공급망의 추가 혼란, 임금 상승 가속화, 노동자 부족 등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이벤트가 뒤죽박죽 섞인 추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있는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디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추가적 공급망 문제와 씨름하면서 미국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블룸버그 배송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상하이가 도시를 봉쇄한 이후 발이 묶인 벌크선은 이날 현재 222개로 한 달 전보다 15% 증가했다.

노무라 홀딩스는 “중국 최대 곡물 생산 기지인 동북부 봉쇄와 운송 차질로 올봄 작물 파종이 지연돼 하반기 식량부족 위험이 커졌다”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식량 공급이 더욱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글로벌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채권 투자자 대상 설문에서 25%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경기 침체 위험이 크다고 말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며 이를 옹호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 위협은 유럽 국가의 경기침체 위험을 높인다.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유럽 국가들이 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지목하며 “러시아가 수출을 줄이기로 하면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과 인플레이션이 증가하고 사회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에너지 집약 산업의 중단으로 이어지고, 올해 국가 경제 침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TO는 “글로벌 경제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예상치 4.7%의 절반인 2.4%에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1.3% 포인트까지 3.1∼3.7%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WTO는 “고통과 파괴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느끼고 있지만, 무역과 생산량 감소로 전 세계 사람들도 식품과 에너지값 상승의 대가를 실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