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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피란민의 현실, 식량보다 교육·일자리가 문제였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대표단장인 김태영(66) 목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체코와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차례로 방문했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김 목사는 우크라이나의 이웃 나라인 이들 국가를 둘러보면서 현지 목회자와 한국인 선교사, 우크라이나 피란민 등 100명 넘는 사람을 만났다. 그의 출장길에는 한교봉과 우크라이나 돕기 성금 모금 캠페인을 함께 벌이는 국민일보 취재진도 동행했다.

김 목사와의 인터뷰는 모든 일정을 마친 지난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진행됐다. 그는 “피란민과 현지 교회가 마주한 현실은 그간 미디어나 선교단체를 통해 듣던 소식과 많이 달랐다”며 “한국에서는 ‘피란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헐벗고 굶주린 사람부터 떠올리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의류나 식량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옷이나 음식은 남아돌아 걱정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단순하게 ‘물자’를 지원하기보다는 피란민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고, 피란민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기술을 가르치는 지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한국교회의 대응은 단순했다. 현지 한인 선교사 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하거나 개교회의 경우 자신들이 파송한 선교사를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교봉은 이번 우크라이나 긴급 구호에서 다른 방식을 택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교단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동유럽을 대표하는 개신교 교단 헝가리개혁교회(RCH)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김 목사는 RCH 임원 20여명을 일일이 만나 이들이 피란민 사역 현장에서 어떤 고충을 겪는지 청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RCH 소속 교회 100여곳에서 사역하는 목회자가 7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이 나라에 남은 사람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목회자 상당수는 현재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며 “전쟁터에 남아서 양떼를 돌보는 그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돕는 일을 먼저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역임한 김 목사는 지난 1월 한교봉 대표단장에 취임했다. 지난 3개월 동안 그는 누구보다 바빴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동해안 산불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해외에서는 전쟁 탓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큰 고통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한교봉만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구호 사역을 펼치는 교회, NGO 등과 역할을 분담하면서 연합해 한국교회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