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에 포위돼 함락 직전인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2만명을 넘었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화학 무기 사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서방의 러시아에 대응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11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신이 거리를 덮고 있다. 민간인을 포함한 전체 사망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수만명이 마리우폴에서 사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마리우폴은 함락 직전의 상황이다. 러시아군의 공격에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도 한계에 봉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 제36해병여단은 SNS를 통해 “탄약이 바닥나고 있어 오늘이 아마도 마지막 전투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완전 장악으로 전략을 수정한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공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에 실패한 후 알렉산드로 드보르니코프 러시아 남부군 사령관을 총야전사령관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소재 갈등연구조사센터(CSRC) 키어 자일스는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는 무척 익숙한 지형(동부)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게 된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결정적인 승부수로 돈바스에 군대를 3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마리우폴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며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바나 클림푸시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 드론이 마리우폴 남동부에 미확인 물질을 투하했다”며 “이 알려지지 않은 물질은 화학무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에두아르드 바수린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RR)군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방송에서 “러시아군이 먼저 (마리우폴의) 출구를 차단한 다음 화학군에게 도움을 요청해 구멍에서 연기를 피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방은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주민들을 공격할 때 화학 물질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긴급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이 지속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중 최초로 군 소속 경찰 부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에티엔 드 퐁생 주우크라이나 프랑스대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변의 모든 전쟁 범죄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