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10명 중 6명은 미국이 1년 내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그동안 호황을 누려 온 빅테크 기업들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시대가 끝나고 최악의 폭풍을 맞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경제학자 71명을 대상으로 지난 6~10일 설문한 결과 61%가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63%)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WSJ는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연준의 긴축 기조에 따른) 고금리가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 4분의 3은 미국 경제가 올해 연착륙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이치방크 경제학자 브렛 라이언은 “최근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진전을 보였지만 핵심 서비스와 같은 몇 가지 범주는 연준의 긴축 지속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은행의 매튜 루제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노동시장의 균형과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긴축 궤적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는 실업과 경기 침체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EY 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활동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주택 부문은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흔들리고 제조업 활동도 정체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긴축된 금융 여건과 글로벌 성장의 약화가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를 완만한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충격이 2분기부터 수치로 드러나고, 올해 말까지 월평균 7000명 감소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매달 2만8000개 일자리 증가를 예상했던 것에 비교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려는 연준 조치가 경제의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했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연준의 목표 금리도 5%로 연준 예상치보다 낮았다. 연준은 올해 5% 이상 금리를 인상한 뒤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제학자 31%는 4분기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다만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완만하고 짧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조사에 응한 경제학자들 전망치를 평균한 결과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 0.1% 성장하고, 2분기에는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3분기 ‘제로’(0) 성장, 4분기 0.6% 성장으로 회복할 것으로 추측했다.
WSJ는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감소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도 빅테크 매출과 이익의 증가를 막지 못했지만 이젠 흐름이 바뀌었다”며 “빅테크는 힘든 한해를 대비하고 있으며, 더 엄격한 규제와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빅테크 업계는 이미 매출 악화에 대비한 긴축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아마존은 올해 초 1만8000명 감원 방침을 발표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헬스케어 부문 계열사인 베릴리에서 직원 15%를 해고하기로 했다. 해고 현황 집계 사이트(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해 테크기업 감원규모는 17만 명이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테크기업들은 1980년대 록스타처럼 돈을 써왔으나 이제는 고정된 예산 내에서 노인들처럼 지출하고 있다”며 “프리 머니(free money) 시대는 지났고, 최강 5등급 폭풍을 지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