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 기술을 전파한 미국 전문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미국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가상자산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39)에게 징역 5년 3개월을 선고하고 벌금 10만 달러를 부과했다.
미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리피스는 비영리 단체인 이더리움 재단에서 가상자산 이더리움을 연구했다. 이후 그는 2019년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에 강연자로 참석했다가 미국에서 체포됐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그리피스가 요청한 북한 여행 허가를 거부했지만 그리피스는 이를 무시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그리피스가 법을 위반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리피스가 회의에서 강연한 블록체인 관련 내용이 북한의 돈세탁과 제재회피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는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제재법인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 법은 위반시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그리피스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63개월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고 전 판사에게 보낸 반성문에서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평화를 위해 암호화폐 기술을 사용하기를 순진하게 기대한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호화폐가 돈세탁을 비롯한 탈세, 테러 자금 조달 등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일 “암호화폐거래소도 증권거래소처럼 규제를 받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지난 7일 ‘암호화폐 기술을 뒷받침하는 규제가 없을 경우 각종 사이버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