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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전 부통령도 기밀문서 유출 파문… 바이든 ‘난감’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자택에서도 기밀문서가 발견되며 전·현직 대통령들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이 확산하고 있다. 부주의한 문서관리에 대한 비판이 여야 모두에게 향하면서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박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까지 겹치며 재선 가두에 암초를 만났다.

펜스 전 부통령의 변호인들은 지난 16일 인디애나 자택에서 4개의 보관 상자에 담긴 10여 건의 기밀문서를 발견, 사흘 후 연방수사국(FBI)에 반납했다고 CNN 등 외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문서는 펜스 전 부통령의 버지니아 임시 거처에 보관됐다가 현재 인디애나 자택으로 이사하며 함께 옮겨졌다.

펜스 전 부통령 측은 “지난 행정부 말기 부통령 자택으로 물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부주의하게 포함됐다”며 “거주지에 민감한 문서나 기밀문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레그 제이컵 변호사는 “바이든 대통령 사저에서 여러 기밀문서가 발견된 이후 펜스 전 부통령이 기밀문서를 처리한 경험이 있는 외부 변호사를 고용해 자택을 샅샅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며 “펜스 전 부통령은 기록원에 협력해 신속하고 안전한 반환을 보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밀문서 유출 사건 당사자 3인방은 모두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인 여야 주자들이다. 전·현직 최고위직들이 기밀문서 유출 사건에 연이어 연루되면서 이번 수사의 정치적 파장도 복잡해지고 있다.

애초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서유출 사건이 확산하자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강공을 펼쳤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같은 혐의가 드러나자 “우리는 자택 수색을 위해 당국에 협조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환장을 받고도 문서 회수를 거부해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며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고 항변했다.

펜스 전 부통령의 해명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과 같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처음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두 달이 넘도록 이를 숨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정부감독위원장은 “펜스 전 부통령은 의회 질문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의회와 국민에게 계속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그(펜스)는 순수한 사람”이라며 “평생 고의로 부정직한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를 가만두라”고 거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권자들에게는)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밀문서 유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가 한쪽만 기소할 경우 이중 잣대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 기소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수사가 완료되면 바이든 사건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사건은 훨씬 다르고 더 심각하다”면서도 “그러나 여론의 법정에서는 그러한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ABC뉴스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부적절하게 다뤘다고 비판한 응답이 각각 64%, 77%로 나타났다. 누가 더 잘못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43%는 트럼프 전 대통령, 20%는 바이든 대통령을 꼽았다. 그러나 양쪽 잘못이 똑같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30%에 달했다.

에머슨대가 등록 유권자 1015명을 대상으로 2024년 대선 가상 대결을 진행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44%)에 3% 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