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지표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조기 종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올해 금리 목표를 5%를 웃도는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에선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인상이 멈추고, 연말에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다음 달 1일 연준이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98.4%로 제시했다.
선물 시장은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한 차례 더 베이비스텝이 이뤄질 것(84.2%)으로 예측했다. 이후 9월까지 해당 금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을 가장 크게 예상했다. 현재 4.25~4.5%인 기준금리가 두 번의 소폭 인상을 거쳐 4.75~5.0% 수준으로 오른 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올해 1분기 공격적 긴축이 마무리된다는 의미다.
선물시장에선 11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 4.5~4.75%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목표 기준금리를 5.0∼5.25%로 제시하고, 연말까지 이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 내 매파로 분류되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은 5.25%를 뛰어넘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장 컨센서스와 연준의 괴리가 0.5%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추세 하락으로 전환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8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해 전월(5.5%)보다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지수 상승폭 하락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분명해졌다는 신호로 시장은 판단했다.
강력한 경기침체 지표로 꼽히는 채권시장 장단기 수익률 역전현상도 심상찮다. 미 국채 3개월물 수익률은 4.677%로 10년물 수익률(3.507%)보다 1.17% 포인트나 높았다.
이런 지표가 나오자 로이터통신은 “시장 참여자들이 3월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며 “공격적 긴축정책이 곧 중단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빡빡한 노동시장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서비스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1월 일자리가 18만5000개 증가해 지난해 12월 22만3000개 증가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폭의 고용 둔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왔고, 활동 지표도 둔화 모멘텀을 보였다”며 “그러나 연준이 곧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로 금융 상황이 완화돼 연준은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