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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 핵무기감축협정 위반”…우크라 지원 불만 때문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른 핵사찰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 확대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무부는 3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조약에 명시된 일정에 따라 양자 협의 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 뉴스타트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사찰 활동을 거부하는 것은 조약에 따른 미국의 중요한 권리 행사를 막고 미·러 핵무기 통제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4명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 러시아의 조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에 따라 양국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감축하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해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러시아는 그러나 지난해 8월 핵사찰을 하겠다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에도 조약 이행을 위해 카이로에서 열기로 한 양자협의위원회(BCC) 회의도 취소했다.

국무부는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사찰 요구를 거부한 것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주도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해 8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사찰 재개만 논의하려고 해 회의를 연기했다”며 “우크라이나 주변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뉴스타트 조약은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추가 연장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랴브코프 차관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뉴스타트 준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부적절할 것”일아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