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대중교통, 병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하지만 실내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왜 마스크와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하는 걸까.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마스크 착용 실태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방역지침이 완화되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NYT는 “이들에게는 지난 3년간 마스크 착용이 하나의 습관이 됐다”며 이 습관으로 인해 사람들이 오히려 ‘민낯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게 됐다고 분석했다.
NTY는 동아시아의 시민들이 관성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이 매체가 주목한 것은 ‘꾸밈노동’ 문제다.
이 매체는 “한국과 일본의 일부 여성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을 하거나 웃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있다”며 “마스크를 벗으면 다시 ‘꾸밈 노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일본의 젊은 층이 마스크를 ‘가오판쓰’(얼굴 팬티)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는데, 이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마치 속옷을 벗는 것처럼’ 부끄럽다는 의미다.
한국의 문화연구학자 김상민씨도 NYT에 “마스크 착용이 외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인들의 사회적 압력을 덜어줬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민낯을 드러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마스크로 인해) 자신의 얼굴이 가려지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과 의료기관, 약국, 감염취약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일본도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또 NYT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특유의 사회문화적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동아시아에서는 타인과 다르면 안 된다는 ‘동조 압력’이 강한 만큼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상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는 데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외 미세먼지 문제도 마스크를 계속 쓰는 요인으로 꼽혔다. NYT는 “동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악영향을 막고자 마스크를 착용하는 데 오랫동안 익숙해져 왔다”고 설명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 매체에 “2010년대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가 된 이후 마스크 착용 문화가 정착됐다”며 “마스크가 널리 사용된 문화가 있었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 마스크를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