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파키스탄 군부 독재를 이끌며 통치했던 군부 출신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5일 사망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향년 79세로 세상을 떠난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지병 치료를 받기 위해 머물던 두바이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그의 가족과 파키스탄군이 밝혔다. 그는 단백질 응집체인 아밀로이드가 여러 조직이나 장기에 쌓이는 병인 아밀로이드 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 재직 시절인 1999년 10월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 올랐다. 당시 총리였던 나와즈 샤리프를 밀어내고 군사 정부를 출범시켰다. 이후 2001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당시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협력해 탈레반과 알카에다 진압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여러 차례 암살 시도를 겪기도 했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2007년 국민적 저항에 시달렸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관들을 불법 체포했기 때문이다. 또 야당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되며 배후 의혹을 받기도 했다. 부토 전 총리는 이슬람 국가 최초의 여성 지도자로 촉망받았으나 총선 유세 도중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2008년 총선에서 패한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국회 차원에서 불거진 탄핵 움직임이 보이자 사임하고 영국과 두바이 등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파키스탄 군부는 성명에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의 사망에 마음속 깊이 슬픔을 느낀다”며 “알라신이 세상을 떠난 무샤라프의 영혼을 축복하고 가족에게 힘을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