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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공포감”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에서 살아남은 현지 주민들은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진앙에서 33㎞ 떨어진 최대 피해 도시 가지안테프의 주민 에르뎀 씨는 로이터통신에 “3차례나 강한 진동이 있었다. 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지진으로 받은 충격에 혀를 내둘렀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도시 전체가 암흑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외신에 공개된 동영상에는 7층 높이의 대형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놀란 주민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새벽 시간 갑작스러운 대피 직후 가족이 건물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망연자실한 주민들도 많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지안테프 주민 수십 명은 가까스로 집을 떠나 차 등으로 대피했지만 대피 현장은 곧 눈물로 뒤덮였다. 한 시민은 자신의 형이 무너진 건물 잔해 밑에 갇혀 있다고 했다. 다른 시민들은 집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현지 교민도 참혹했던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선교 활동 중인 장성호 목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건물이 무너진 잔해가 전쟁 포연처럼 날렸다”며 “건물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렸다. 이렇게 큰 진동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잠을 자던 장 목사는 갑자기 건물이 크게 흔들려 방 밖으로 나왔고 안전한 곳을 찾아 거리를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망가진 건물 파편과 잔해에 길이 막히거나 길이 아예 뒤집혀서 갈 수 없는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의료기관도 아비규환 상태로 변했다. 병원 응급실은 환자로 가득 찼고 환자 이송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케렘 키닉 대표는 “우려하던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심각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튀르키예의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내전으로 상황이 열악한 시리아의 병원들은 이미 수용 인원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시리아계 미국인 의학회(SAMS)는 성명을 통해 “병원들은 복도를 가득 메운 환자들로 마비됐다”며 “트라우마 관련 용품 마련 등 종합적인 비상 대응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지진 피해가 발생한 탓에 일부 지역은 피해 상황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겨울폭풍 등 기상 악화와 연이은 여진으로 가지안테프주에 위치한 누르다이와 이슬라히예 등 지역은 당국이 사상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망과 통신망이 두절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 주민들은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일부 지역에선 구조 작업 도중 옆 건물이 붕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외신들은 홍수나 쓰나미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교민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원익 주튀르키예 한국대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교민들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지 교민들도 대피소로 대피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