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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된 성·중세 성채 ‘와르르’… 문화유산 크게 훼손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천년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이 하루아침에 크게 훼손됐다. CNN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도시 성벽과 유적들이 규모 7.8 강진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남부 시리아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가지안테프에서는 2000년 전에 세워진 가지안테프성이 파괴됐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가지안테프성의 옹벽이 무너지고 망루 곳곳이 파손되거나 큰 균열이 생겼으며 성 주변에 철책을 비롯한 잔해가 굴러다닐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가지안테프는 페르시아, 로마, 셀주크튀르크 등 여러 제국과 왕조의 지배를 거쳤던 지역이라 도시 전역에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가지안테프성과 인접한 17세기 건물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도 무너졌다.

7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초기 피해 상황 조사 결과 시리아의 고대 도시 알레포는 성벽 서쪽 첨탑이 무너졌고 노천극장과 시장 주변 건물들의 지반도 약화됐다. 시리아 국가유산박물관국은 알레포 한가운데에 있는 알레포 성채()를 포함한 문화유산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중세시대 사원과 궁, 군사시설 등을 갖춰 독립된 작은 도시 기능을 했던 알레포 성채 내부의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벽에 금이 갔으며 모스크의 돔 부분과 입구도 파손됐다. 알레포 성채는 11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 때 큰 피해를 입었다가 2018년 재개관해 손님들을 맞았는데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손상돼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레포에서 남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하마 지역에서도 이맘 이스마일 모스크, 시메미스성 등의 벽이 무너지거나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 시리아 북서부 바니야스 외곽에서는 11세기 십자군전쟁 당시 요새였던 알마르캅성의 탑 한 곳에서 석재가 떨어져 나갔다. 유네스코는 문화유산과 유적지가 크게 훼손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지진 피해 복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