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강타한 시리아의 폐허 속에서 기적처럼 태어난 아기에게 전 세계에서 입양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BBC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생아는 지난 6일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당시 만삭인 임산부가 마지막 힘을 짜내 출산하고 숨진 뒤 산모에게 탯줄이 달린 채 발견돼 전 세계에 감동을 안긴 아기다. 아기가 구조된 시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이었고 아기는 출생 후 약 3시간 동안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BBC에 따르면 현재 아기가 치료받고 있는 시리아 아프린의 어린이병원에는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 SNS에도 이 아이를 입양할 방법을 묻는 글이 수천 개 올라와 있다고 BBC는 전했다. 쿠웨이트의 한 TV 앵커는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나는 이 아이를 입양해 돌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기는 병원에 옮겨졌을 때 몸 곳곳에 멍이 있었고 숨쉬기도 힘들어했지만 현재는 안정된 상태라고 의료진은 전했다. 의료진은 아기에게 아랍어로 기적을 뜻하는 ‘아야(Ay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당장 입양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리자인 칼리드 아티아 박사는 당장 아야를 입양시키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출생 후 4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 그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아야를 돌보고 있다. 그의 아내는 딸에게 모유를 수유하면서 아야에게도 함께 젖을 먹이고 있다.
아티아 박사는 “나는 지금 누구도 이 아이를 입양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며 “(아이를 맡긴) 친척이 돌아올 때까지 내 자식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의 고향인 시리아의 작은 도시 진데리스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가족과 친척 등을 찾고 있다. 현지 기자인 모하메드 알 아드난은 BBC에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건물 잔해 아래 깔려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도시의 90%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했다.
현지 구조작업은 시리아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이 주도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 지역은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하는 이슬람의 전쟁) 동맹과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 파벌이 점령한 곳이다. 오랜 내전으로 삶의 터전이 피폐해진 탓에 지진 발생 전에도 주민 약 410만 명이 국제기구의 인도적인 지원에 의존해 왔다. 주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지난해에는 유엔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국경통제소 바브 알하와를 통해 매달 구호물자가 튀르키예에서 들어왔지만, 이번 지진으로 이 통로가 파손되면서 구호품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 시리아 구호 담당자 엘 모스타파 벤람리는 이번 지진이 시리아 109만 명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이 나라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