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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힐러리의 中비판 소환한 펠로시의 ‘분홍 슈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때 입었던 분홍색 바지 정장이 27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여성 인권을 주제로 연설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5년 당시 영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분홍색 정장 차림으로 “여성의 권리가 인권이다”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미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그 자체로 상직적”이라며 “만약 그의 목표가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알리는 것이었다면 분홍색 옷차림 역시 정치적 소통의 한 형태였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일 오후 아시아 두 번째 순방국이었던 말레이시아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출발해 밤 10시43분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그가 입은 분홍색 슈트는 어두운 밤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장면은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세계여성회의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여성들이 직면한 위협을 설명했고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중국 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중국 땅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도발적인 행위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2015년 트위터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에서 여성 권리에 대한 회의를 주최한다구요? 부끄러운 줄 모르는군요”라는 글을 올려 시 주석을 저격하기도 했다. 중국이 베이징여성권리선언 20주년을 기념해 유엔과 함께 양성 평등 및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한 회의를 주최하겠다고 나선 것을 꼬집은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종종 복장을 활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을 했던 2017년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하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저항의 의미로 모두 흰 옷을 입고 등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