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민간인 시신이 900구 이상 발견됐다. 이들의 대부분은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드리이 네비토우 키이우 주 경찰청장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한 지역에서 900구가 넘는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의 95%가 총상으로 숨졌으며, 거리에 버려지거나 가매장됐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네비토우 청장은 “우리는 러시아의 점령 기간, 민간인이 거리에서 즉결 처형됐음을 확인했다”며 “매일 더 많은 시신이 건물 잔해와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된다”고 밝혔다.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키이우의 외곽 도시인 부차로, 35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집단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러시아군에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403구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중에는 손발을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은 시신이 있었고, 50여구가 한꺼번에 묻힌 집단 매장지도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점령지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 퇴각했다. 이후 부차를 비롯해 호스토멜, 이르핀 등의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과 고문, 성폭행, 살해 등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행위를 겨냥해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거론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최근 부차를 방문해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