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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대피한 마리우폴 제철소 벙커에 폭격 퍼붓는 러시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 이지움을 함락시켜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던 ‘부차의 비극’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에 남은 주민들이 대피한 제철공장 벙커를 직격하는 ‘벙커 버스터’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고 18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지움은 인구 4만6000명의 소도시로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로 가는 길목에 있다. 슬라뱐스크는 러시아가 돈바스 전투에서 노리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군은 이달 1일쯤 이지움을 포위해 탈출하지 못한 민간인들이 갇힌 상태다. 시 당국은 주민 일부를 대피시켰음에도 약 1만~1만5000명이 이곳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지움 주민들은 지하실에서 수 주간 전기, 수도, 난방 등이 없는 채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발레리 마르첸코 이지움 시장은 “러시아군이 진입한 뒤 민간인 약탈이 속출했다”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인이라는 무장 괴한들이 무기를 들이밀며 자동차를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마르첸코 시장은 “부차와 이지움은 비슷한 처지”라며 “두 곳 모두 주택 80%가 붕괴했고, 시민들이 지하실에서 한 달 넘게 폭격을 피해 숨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또 마리우폴에서 지하 벙커로 대피한 이들에게 폭격을 가하고 있다. 마리우폴의 아조우 국립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남은 주민들이 대피한 제철공장에 벙커 내부를 직격하는 벙커 버스터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사령관은 “항복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며 “부하들이 아직도 주요 지점에서 러시아군과 대치하며 전투를 계속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지하 터널에 숨어 있는 민간인을 향해 집중 폭격하고 있다”고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미하일 베르시닌 마리우폴 경찰서장은 지난 17일 지역방송에서 “이곳 제철소에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피난민들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SNS를 통해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피난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이는 전쟁범죄 재판에서 범죄로 판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신나치 민족주의자들이 피난민의 대피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현재 ‘진공폭탄(열압폭탄)’을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A’는 열압력탄 발사가 가능하며 우크라이나에서도 목격됐다.

집속탄과 열압력탄 모두 민간인을 겨냥해 사용될 경우 제네바협약 위반이다. 열압력탄은 재래식 폭탄과 달리 피하기도 어렵다. 러시아는 18일부터 돈바스 지역에 공격을 개시했으며, 이지움에서도 우크라이나 군과 맞닥뜨려 격전이 예상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유엔,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