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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일새 네 번째 격추… ‘미확인 비행물체’ 미스터리 확산

미군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휴런호 상공에서 미확인 고고도 비행물체를 발견해 즉각 격추했다. 지난 4일 중국 정찰풍선 격추 이후 네 번째다. 정찰풍선 사태 이후 미확인 비행물체 발견이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는 정체가 불명확해 이에 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F-16 전투기가 AIM-9 (공대공)미사일로 약 2만 피트(약 6㎞) 고도에 있는 공중 물체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NORAD는 “경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는 이 물체가 (전날) 몬태나 상공에서 포착한 레이더 신호와 연결할 수 있었다”며 “해당 물체는 민감한 군사기지 근처를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찰 능력이 있다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번 탐지는 지난 4일 동부 캐롤라이나 해안에서 격추한 정찰풍선과 중남미 상공을 통과한 정찰풍선, 지난 10일과 11일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지역에서 격추한 비행물체에 이은 다섯 번째다.

앞선 두 건은 중국의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3건은 아직 목적과 탑재 장비, 소유 주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글렌 밴허크 NORAD 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3건의 물체를 비행체라고 부르며 “크기와 속도, 바람과 함께 이동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풍선처럼 가스를 채운 구조인지, 다른 추진장치를 사용하는지 등은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의 비행체로 단정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외계인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 “정보 당국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비행체가 외계에서 왔다는 어떤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견 사례가 증가한 이유도 미스터리다. 멜리사 돌턴 국방부 국토방어 및 반구담당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풍선 격추 이후 우리는 레이더를 강화하며 해당 고도 영공을 더 자세히 조사해 왔다”며 “이는 지난주 탐지한 물체의 증가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밴허크 NORAD 사령관도 “중국 풍선 사건 이후 저속 물체도 감지하도록 설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최근 1~2년간 ‘미확인 공중 현상’ 목격 사례가 증가했다. 미 국가정보국이 지난달 공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74건의 목격이 보고됐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7년간 보고된 144건의 약 2배다. 특히 2021년 이후 미확인 물체라며 관측되거나 신고된 366건 중 163건은 ‘풍선이거나 풍선 같은 존재’였다. 미 당국은 “민감한 군사시설 주변에서 발견된 미확인 비행 현상은 이를 염탐하려는 외국 세력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은 대중 제재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중국 정찰풍선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부품이 장착됐다”며 “외교위 위원장으로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중국이 첨단 무기 시스템에 적용하는 기술 수출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최근 1년 동안 미국 풍선이 10번 이상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고공 기구가 지난해 이후에만 10여 차례 중국 유관 부문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중국 영공으로 넘어 들어왔다”며 “미국은 중국을 모욕하고 책망할 일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고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풍선에 관한 세부 질문에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답하지 않았다. 왕 대변인은 또 미국이 추가로 격추한 비행물체와 중국과의 관련성에 대해선 “명확한 증거 없이 무책임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자국 상공에서 포착된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산둥성 칭다오 해양발전국은 전날 저녁 르자오 인근 해역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발견돼 격추 준비를 하고 있다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격추했는지 어떤 비행물체인지 등은 추가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온라인상에선 미국의 무인 잠항기가 중국 해안선을 침범하려다 중국군에 포착됐고 이를 피해 돌아가던 중 보하이만에 갇히자 미군이 정찰기를 띄웠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나돌았다. 같은 날 밤 광둥성 선전 하늘에 미확인 발광 비행물 3개가 떠 있는 사진도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