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붙잡힌 영국 출신 해병대원이 러시아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과 몸에는 고문과 구타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들이 있었다.
1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영 TV인 ‘러시아-1’은 포로가 된 에이든 애슬린(27)의 인터뷰 예고편을 공개했다.
매체는 그를 ‘마리우폴에서 나치 편에서 싸운 영국인 용병’으로 소개했으며 “모두가 그를 놓쳤지만 우리는 잡았다. 흥미로운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뒤이어 짧게 나온 인터뷰에서 에이든은 ‘사람을 죽였냐. 죽는 모습을 봤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모른다. 나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에이든의 트위터 계정에도 그의 최근 사진이 올라왔다. 이 트위터는 에이든의 친구에 의해 운영되는 계정이다. 해당 사진은 애초에 친 러시아 국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된 것이지만, 에이든의 지인이 이를 트위터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사진 속 에이든은 양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얼굴은 눈에 띄게 초췌한 모습으로 이마에는 무언가에 찍힌 듯 멍이 들어있었다. 외에도 곳곳에서 베인 상처도 보였으며 오른쪽 눈은 부어있었다.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어디인지와 에이든의 구체적인 소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러시아가 에이든을 선전 목적으로 사용해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제네바 협약 13조는 전쟁 포로는 인도적 대우를 받아야 하고 포로를 사망하게 하거나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에이든의 어머니 안젤라 우드는 데일리메일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네바 협약을 지키길 바란다”며 “아들을 전쟁 포로로 대우해달라”고 호소했다.
에이든의 동생인 네이선은 “러시아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며 “에이든의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고 심히 지쳐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노팅엄셔 뉴어크 출신인 에이든은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을 만나 2018년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 이중국적을 가지게 된 그는 현지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이번 전쟁에서는 마리우폴 전투에 참여해 러시아군과 맞서왔다.
하지만 최근 약 48일간 물러섬 없는 항전 끝에 식량과 탄약이 바닥나 항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부대원 1000여 명과 함께 러시아군에 포로로 끌려갔다. 그의 약혼자는 페이스북에 “내 빛의 전사, 선의 전사, 당신은 반드시 돌아올 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지난 12일 에이든의 트위터에는 “48일 동안 마리우폴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러시아군에 항복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우리는 식량도 탄약도 없다.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