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올봄 러시아를 상대로 반격에 나설 것을 예상하며 화력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 동맹은 이란 밀수선 등에서 압수한 무기까지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기 위해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제한 군사 지원 반발 움직임이 나오는 터라 ‘격돌의 봄’이 전쟁 양상을 뒤바꿀 결정적 전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스틴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UDCG)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봄에 언젠가 (러시아를 상대로) 공습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UDCG의 모든 파트너국은 전투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있도록 장갑 역량과 화력,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최근 전선에 새로운 병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병력 다수는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고 장비도 갖추지 않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지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충돌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스틴 장관도 공습 개시 시점을 “불과 몇 주 뒤”라고 언급하며 무기 전달과 운용 훈련 제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주 1억 발 이상의 소형 화기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SAMP/T 방공시스템(MAMBA) 지원을 공식화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호주와 155㎜ 포탄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도 레오파드2 탱크 8를 지원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75억 유로(약 10조 2000억 원) 규모의 군사·민간 지원 방침도 발표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동맹은 우크라이나 화력 지원을 위해 이란 선적에서 압수한 무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 관계자들은 5000정 이상의 돌격 소총, 160만 발의 소형화기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보낼 계획이라고 WSJ에 말했다.
해당 물품은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5함대가 예멘 해안에서 압수한 것이다. 해군 5함대는 지난달 “이란에서 예멘으로 향하는 어선을 수색한 결과 소총 2116정이 발견됐다”며 “이는 (예멘의) 후티 반군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는 성명을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군도 오만만 인근에서 돌격 소총 3000정, 탄약 60만 발, 대전차 로켓 20여 발 등을 압수했다.
유엔은 무기 금수 조치에 따라 압수한 무기를 폐기하거나 따로 보관토록 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따라 압수 무기를 다른 분쟁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에 관한 법률 검토도 진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동맹의 움직임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화당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철회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유럽에서도 전쟁 자금 지원에 한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맷 게이츠, 마조리 테일러 그린 등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우크라이나 피로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러시아도 전황을 뒤집기 위한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동부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와 도네츠크에 포화를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봄철 진격을 위한 전초 기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러시아는 지난 13일 최소 18대의 장거리 드론 등을 이란으로부터 몰래 들여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이란 지원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