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75세 이상 정치인의 ‘정신 능력 테스트’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모두 겨냥한 것이다. 젊은 정치인으로의 세대교체가 여야 대선 후보 선출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는 15일(현지시간)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미국에서 종신 정치인은 마침내 은퇴할 것”이라며 “우리는 의회의 임기를 제한하고, 75세 이상 정치인들의 정신 능력 테스트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을 의원으로 지내는 다선과 고령 정치인에 대한 젊은 세대 불만을 노린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우리는 낡은 생각과 과거의 쇠퇴한 이름을 지나서 새로운 세대가 미래로 이끌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전성기를 지난 게 아니라 우리 정치인들이 그 시기를 지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헤일리 전 대사 지지율은 4%로 트럼프 전 대통령(43%)이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31%)에 비교해 크게 낮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가 꺼낸 세대 교체론은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는 양당 내부의 걱정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차기 대선이 끝나면 바이든 대통령은 82세, 트럼프 전 대통은 78세가 된다.
공화당의 경우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위해 그의 실언이나 실책을 꺼내 들며 인지 상태에 대한 의문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는 장면을 모아 놓은 디지털 광고를 내보내는 등 고령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에는 고령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고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7%로 절반을 넘었다. 당시 응답자 87%는 후보자들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신체 및 정신 검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는 헤일리 전 대사 지지 의사를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주유엔대사로 근무할 때 북한에 대한 유엔 차원의 강경 조치를 끌어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