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오후 10시쯤, 구호활동이 끝나고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의 한 식당에서 늦은 식사를 마친 국제사랑의봉사단 선발대 대원들은 계산대에서 예기치 못한 답변을 들었다. “저기 앉은 남자분이 여러분의 몫까지 이미 계산을 마쳤다”는 얘기였다.
식사 비용을 내준 인물은 튀르키예 국적의 평범한 30대 남성 무스타마 케말이었다. 그는 “조끼에 적힌 문구를 보고 당신들이 튀르키예를 도우러 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고 말했다.
케말은 이번 지진에서 별다른 피해 없이 빠져나왔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다른 주민들을 돕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그의 마음에는 계속 큰 빚으로 남았다고 했다.
어째서 식비를 내줬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은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머나먼 여기까지 와서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대신 감사를 표시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날 케말이 대신 내준 봉사단 관계자 6명의 식비는 약 1400리라(한화 약 96350원). 튀르키예의 평범한 회사원이 한 달에 버는 돈의 약 5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럴 필요 없다’는 대원들의 만류에도 끝내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구호 단체를 향한 튀르키예 시민들의 친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아디야만으로 향하던 봉사단 대원들은 탑승한 렌터카의 앞바퀴에 못이 박힌 것을 발견하고 근처의 카센터를 찾았다. 내려서 찬찬히 세어보자 타이어에 박힌 못만 무려 15개였다. 지진 이후 급증한 건축 폐기물이 도로 곳곳을 점령해버린 탓이었다.
카센터 직원 두 명이 10여분을 힘쓴 끝에 타이어 교체가 무사히 완료됐다. 그런데 작업을 마친 카센터 주인은 “돈을 받지 않겠다”며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여러분은 좋은 일을 하러 튀르키예에 왔기 때문에 수리 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구호 단체의 활동을 보고 한국과 튀르키예의 ‘특수관계’를 떠올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16일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봉사단을 만난 베이셀(28)은 이날 오후 내내 봉사단의 가이드 역할을 수행했다. 컴퓨터 과목 교사였던 그는 현재 이곳 이재민 캠프에서 스태프로 근무하고 있다.
반나절간 봉사단의 구호 활동을 따라다닌 베이셀은 다음날 기자에게 “슬픔을 함께 나눠줘서 너무 고맙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우리는 형제의 국가”라는 문구로 시작한 그의 편지는 “여러분이 1950년의 보답을 해준 것 같다”는 구절로 막을 내렸다.
가지안테프=글·사진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