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한 쇼핑몰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총에 맞고 2명이 대피 중 다쳤다. 뉴욕 지하철에서 연막탄을 쏘고 총기를 난사해 20여 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급증한 총기 판매가 공공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럼비아 경찰은 16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쇼핑센터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3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 한 명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 3명이 서로 아는 사이였고, 갈등이 일어나 총격까지 이어졌다”며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무차별 총격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부상자들은 15∼73세로 총 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2명은 현재 위중한 상태로 파악된다. 이날은 부활절 전날 토요일로, 쇼핑몰엔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았다. 현장에 있던 다니엘 존슨은 “푸드 코트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중 총성을 들었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오기 시작했다”며 “유모차가 뒤집히는 등 위급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8시 30분쯤 총격범 프랭크 제임스(62)가 뉴욕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향하던 지하철 열차 안에서 2개의 연막탄을 터뜨린 뒤 승객들에게 권총을 33차례 발사해 10명이 직접 총에 맞고 13명이 대피 중 다쳤다.
지난달 18일 버지니아주 노퍽에서는 피자가게 밖에서 음료를 엎질렀다는 이유로 다툼이 발생했고, 총격 사건으로 이어져 2명이 숨졌다. 같은 날 아칸소주 두마스에서도 총격전이 발생해 20여 명이 다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총격 사건은 공공안전에 대한 공포를 심화했다”며 “도시는 코로나19 이후 일상 재개로 총기 폭력과 증오 범죄 증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총기 판매가 급증한 것이 총기 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는 지난달 “팬데믹 기간(2020년 3월~지난 3월) 미국 가정 18%가 총기를 샀다. 총을 소유한 가정은 46%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5%는 팬데믹 기간 처음 총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총기 구매자 중 69%는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이고, 85%는 45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존 로만 연구원은 “팬데믹 기간 새로운 총기 소유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젊고 유색인종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총기 폭력 급증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팬데믹 첫해에만 살인 사건이 3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카렌 윈트뮤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팬데믹의 경제적 사회적 혼란에 따른 총기 소유 급증이 문제”라고 말했다.
로이 펠리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의사협회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한 논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울증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게 조사됐다”며 “우울증 증상을 답한 응답자 31%가 총기를 소유하고 있고, 4개월 내 총기 구매 의향은 53%였다”고 밝혔다.
총기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공화당 우세 지역에선 오히려 총기 보유나 휴대를 쉽게 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12일 합법적인 총기 구매 자격을 가진 사람에 대해 총기 휴대를 전면 자유화하는 내용의 총기 소지법에 서명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 주 청사나 정부 청사, 공항 일부 장소는 휴대가 규제되고, 중범죄 전과자나 정신질환자는 총기를 구매할 수 없다.
인디애나, 오하이오, 앨라배마, 아이오와, 텍사스, 유타, 테네시, 몬태나 등 지역도 지난해와 올해 비슷한 내용의 총기 소지법을 통과시켰다.
NYT는 “총기 난사 사건의 증가는 공화당 의원들이 더 관대한 총기법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