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 유출로 비롯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에너지부는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중국이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밀 정보보고서를 백악관과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부가 연구소 유출설로 결론을 내린 이유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에너지부는 2021년에는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판단을 보류했다.
앞서 연방수사국(FBI)도 에너지부처럼 바이러스의 기원이 중국 내 연구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에너지부는 FBI와는 다른 이유로 연구소 바이러스 기원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미 고위 정보 당국자는 “이전에 보고되지 않았던 (정보) 업데이트를 수행했다”며 “새로운 정보와 학술 문헌에 대한 추가 연구, 민간 전문가 자문을 통해 평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WSJ은 “에너지부의 결론은 새로운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며 “미국 내 각종 국립연구소를 관할로 두고 있어 상당한 과학적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다만 에너지부가 낮은 수준의 신뢰도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기밀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보 당국은 ‘낮은 수준’ ‘중간 수준’ ‘높은 수준’ 3가지 기준으로 정보를 평가하는데, 낮은 수준의 신뢰도는 획득할 정보가 파편화돼 확실한 분석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FBI의 연구소 유출설은 ‘중간 정도의 신뢰도’로 보고됐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각 정보기관의 분석을 수집하고 있다. 이중 FBI·에너지부와 달리 국가정보위원회(NIC)와 4개 정보기관은 바이러스 자연발생설에 무게를 뒀다. 다만 이들 5개 기관도 이 같은 판단의 신뢰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보국(CIA) 등 2개 정보기관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WSJ은 바이러스의 연구소 유출설이 중국 정부가 생물학 무기 개발을 위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WSJ는 “기물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의 결과가 아니라는 기존 판단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정보 당국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일부는 한쪽으로 결론 내렸고, 일부는 다른 쪽”이라며 “지금으로선 정보 당국으로부터 나온 최종적인 답은 없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다수는 그들이 확신할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며 “대통령이 우리의 모든 정보 당국에 이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에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도록 거듭 지시해왔다는 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NBC 방송에서 “의회가 코로나19 팬데믹 기원에 대한 광범위한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