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이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진화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준하는 핵 협의체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신뢰의 위기: 아시아에서 미국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 제목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높아지는 것을 한·미 양국 모두가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한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클링너 연구원은 확장억제 약속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로 전·현직 한국 관료들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고립주의 행정부가 들어서 주한미군 철수·감축 위협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 “한국인들은 왜 (핵 공유를 보장받은) 유럽과 다르게 대우받아야 하는지, 인도는 핵 개발에도 예외를 인정받는지 등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국가 자존심이 상처받았다고 설명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은 생산적인 억지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전술핵을 이동식 공중 및 해상 플랫폼에 탑재하고 있는데, 이를 고정식 지하 벙커에 배치하는 건 북한의 선제공격 위험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대신 확장억제 신뢰를 높이는 방안으로 핵 계획과 비상 상황, 전략자산 배치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정책을 조율할 양자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미국은 잠재적 핵 사용 가능성과 관련한 위기 의사 결정에 한국을 포함하는 절차를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미국이 한국과 나토형 핵계획그룹(NPG)을 설립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기존 양자 그룹을 핵 협의 그룹으로 지정하고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한국은 NPG를 만드는 이상이 돼야 충분하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양자 NPG 창설에 이어 인도·태평양 역내 위협에 집단 대응하기 위해 호주와 일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며 “새로운 4자 국방조정그룹 창설은 핵 억제 의사 결정에 있어 미국과 파트너들의 협력적 접근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또 2018년 이전 수준으로 한·미 연합 훈련을 복귀하고, 전략 폭격기와 핵 탑재가 가능한 전투기, 항모 타격단을 포함한 전략 자산 배치에 대해서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 정부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은 확장억제 및 핵 정책과 관련해 신중하게 발언할 필요가 있다”며 “윤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이 의도하지 않게 한국 국방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시사했고, 한·미 양측 모두 이에 따른 논란에 대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