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가 들렸더라도 내용이 수상하다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한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지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등장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에 사는 벤저민 파커의 부모는 최근 파커의 변호사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파커가 교통사고로 미국인 외교관을 숨지게 해 수감됐다며, 아들의 목소리도 들려줬다. 아들은 부모에게 다음 날 법원 심리가 있으니 그 전까지 2만1000캐나다 달러(약 2000만원)를 송금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사랑한다”고도 했다.
파커의 부모는 이에 뭔가 수상하다고 여겼지만, 분명한 아들의 목소리를 믿고 변호사라는 사람이 말한 대로 은행에서 돈을 찾아 비트코인으로 보냈다. 수상하다는 느낌이 맞았음을 깨달은 건 이날 저녁 진짜 아들의 전화를 받은 뒤였다.
이들에게 전화한 이는 변호사 행세를 한 보이스피싱범이었고 아들로 믿었던 목소리는 변조된 것이었다.
파커는 더 타임스에 “범인들이 정확히 어디서 내 목소리를 수집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단 몇 마디를 말하는 목소리만으로도 목소리를 위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의 전화기에 등록된 음성 사서함 메시지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파커의 음성 사서함에는 30∼35초 정도 길이의 음성 메시지가 등록돼 있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쉽게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