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면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면담이 성사되면 매카시 의장은 중국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대만 방문 계획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다음 달 초 중미 순방 일정 중 캘리포니아에서 매카시 의장과 만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도 “차이 총통이 캘리포니아 남부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회동도 여기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레이건 대통령재단도 차이 총통의 연설 초청을 확인했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2019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당시 카리브해 4국 순방 중 뉴욕과 덴버 등을 거쳤지만 정계 고위 인사와 면담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 의장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 대만 방문을 추진하고 있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매카시 의장에게 대만 방문을 취소하고 대신 미국에서 만나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한 고위 관리는 FT에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과거보다 훨씬 더 비이성적인 정책이 중국에서 나올 수 있다”며 “우리가 함께 이를 통제할 수 있다면 위험을 더 잘 억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과의 대화 채널도 중단했다.
백악관은 차이 총통의 방미 추진 보도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방문 계획이 없고, 계획되지도 확정되지도 않은 방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미 하원에선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면 사실상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재 법안이 발의됐다. 미 의회에 따르면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애덤 쉬프 의원은 지난 3일 ‘중국의 러시아 전쟁 지원 저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미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 기업과 개인에 대한 수출 보증과 대출을 금지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통령이 제재 대상자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외환거래나 금융거래도 전면 봉쇄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특히 “대통령은 유럽 및 기타 주요 파트너들과 단결을 계속 추구하고, 이 법의 조항과 유사한 법안을 제정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도 같은 내용의 대중 제재 법안을 마련해 압박에 동참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무기 지원 때 중국 제재 방침을 세우고 동맹국에 지지를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특히 주요 7개국(G7) 회원국에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