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북 핵 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전과 우주, 청정에너지 등 경제 안보 협력 확대도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김 실장은 7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번 방미를 통해 (국빈 방문 의제에 대한) 전체적인 큰 방향과 틀을 잡았다”며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의 역사와 성과를 짚어보고, 향후 발전 방향과 그 세부 내용을 더 구체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난 5일 워싱턴DC에 도착한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 등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을 두루 접촉해 구체적 의제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실장은 “미 측은 성공적인 방미를 고대한다며 최고의 성의와 예우를 다해 맞을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번 윤 대통령 미국 방문에서 양국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한·미 동맹의 기본 임무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에 충실하고자 한다”며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실질적으로 한층 강화할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은 대북 확장억제 공약이 굳건함을 다시 분명히 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이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해 한국 국민이 신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의 핵 능력이나 기획, 집행 등 절차에 한국도 함께 참여하고, 이를 제도화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가 지난달 실시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에 대해서도 “세미나식에서 훈련에 가까운 TTX로 변화할 것”이라며 “최근 일련의 진전이 확장억제 강화의 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한국 국민의 확장억제 신뢰도 하락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당국자는 “미국도 한국 국민이 확정억제 약속을 신뢰해 줬으면 하는 기대가 많이 있다”며 “한·미가 다시 힘을 합쳐서 신뢰도를 높일 여러 아이디어를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경제안보가 최대 화두로 떠오는 시기에 위기 극복을 위한 공급망 구축과 원자력·우주·청정에너지·사이버 등 첨단 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민간기술 보호와 국제 공조에서 필요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같은 미 산업정책 이행 과정에 주요 동맹인 한국의 기업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서 필요한 조치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 “미국이 동맹이나 우방국에 (반도체지원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눈치였다”며 반도체법이 한국 기업 등에 미칠 영향을 먼저 분석하고 우려에 대해 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IRA와 관련 “4월 정상회담 전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달 미국이 관련 시행령을 발표할 때 돌파구가 열리는 방안으로 상황이 진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해법과 관련 “미 측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양국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계속해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발표가 미국 국빈 방문 결정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도한 해석”이라며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 훨씬 전부터 국빈 방미가 논의돼 왔고, 사실상 의견접근이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맹의 비전이나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이를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고위당국자는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도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 협력의 끈을 강화해 긴밀히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설리번 보좌관은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 특히 대북확장억제를 위해 모든 방어 자산을 동원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동맹 및 협력국의 지속적 번영을 위해 양국의 기술적 우위를 보호하고 진전시키는 것과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고, 공급망 문제 및 사이버 네트워크 등의 취약성에 대처하는 데 있어 지속해서 공조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국빈 방문에 대해 “바이든 정부의 두 번째 국빈 방문으로 우리에게 동맹국인 한국이 그 명예의 자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 쿼드 실무그룹 참여와 관련 “공감한다. 적극적으로 참여를 가속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