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가 8일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 발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용기와 대담함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또 중국을 겨냥해선 “주변국에 대한 공격적 행위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이날 도쿄 자택에서 진행한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두 지도자는 20세기에 얽매이는 대신 21세기로 눈길을 돌리고 이를 중시하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도력은 자신이 왜 그것을 하고 있는지 알 만큼 충분히 이상적이면서도, 그 일을 이뤄낼 수 있을 만큼 강인한지를 통해 시험할 수 있다면서 두 정상이 모두 그러한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발언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인도태평양지역 군사력 증강과 연합훈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중 나왔다.
이매뉴얼 대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이 주장하듯 중국을 봉쇄하는 행위가 아니다. 중국의 더 심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지금 하는 것처럼 (공격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을 모두 함께 인식했다”며 “그래서 모든 국가가 하나하나 동맹 안에서, 또는 포괄적 억제를 위한 연합체를 구성하는 자국 이익 안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을 향해 “방위예산을 증강하고 역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일본이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합동순찰을 계획하고 과거사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공감한 것을 그 사례로 소개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을 겨냥해 잇따라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일본이 한국, 호주, 인도, 영국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 등과 함께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에는 ‘사귀는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권의 미국 동맹국들이 최근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는 점을 거론하며 “국경 분쟁 중인 인도와 무력으로 충돌하고 필리핀군 물자 보급선에 레이저를 쏘는 등 주변국을 상대로 공격적 행위를 거듭해 온 중국의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도, 필리핀, 호주, 미국, 캐나다, 일본을 보라. 그들(중국)은 최근 3개월 사이에만 이 국가들 모두와 군사적이거나 다른 형태의 대립을 벌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 국가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억제 조처를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며 “이 국가들이 (중국의 공격적 행위에)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생각했던 건가”라고 물었다.
이매뉴얼 대사는 미국 주도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 다자 협의체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나는 그게 일본 같은 우리 동맹국들이 방위예산을 늘리고 외교 무대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도록 자신감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한 유엔 총회 표결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8개국이 우크라이나 편에 서는 과정에서도 일본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국가들은 중국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유의 중력’이라는 단순한 하나의 이유만으로 일본이나 한국 또는 미국에 화답할 것”이라면서 “개인을 존중하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규칙에 기반한 체계는 마음을 끌어들이는 일종의 중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