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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공급난에… 日, 1월 경상수지 사상 최대 적자


일본의 올해 1월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 1조9766억엔(약 19조원)을 기록했다. 월별 통계를 비교할 수 있게 된 1985년 이후 가장 큰 규모 적자다.

일본 재무성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1월 경상수지 결과를 발표했다. 경상수지는 국가 간 기업이나 정부가 행한 모든 대외적인 경상거래에서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의미한다. 한 나라가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를 나타내는 수치로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종합 성적표로도 볼 수 있다.

일본이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한 건 엔저(低) 현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난 탓에 원자재값이 급등해 수입 물가 부담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가 마이너스 3조1818억엔(약 30조원)으로 적자의 주된 요인이었다. 자동차 등 제조업 산업이 견조한 수출 실적을 냈지만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자원 가격이 급등하며 총 무역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3% 급증한 10조45억엔까지 치솟았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보다 101.4% 증가하며 비교 가능한 1996년 이후 최대였다.

긍정적인 수치도 있다. 배당금과 이자 등으로 구성된 ‘제1차 소득수지’는 2조2905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세계 각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엔화 약세 속에서도 현금 창출 능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덕에 채권이자 수령액이 증가했다.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의 소비에서 일본인의 해외여행 소비를 뺀 ‘여행수지’도 1779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로, 지난해보다 약 14배 급증했다. 일본 정부가 입출국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들은 계절적 요인이 복합돼 나타난 현상일 뿐이라며 향후 경제에 낙관론을 제시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리히로 수석연구원은 “일시적인 특수 요인이 겹쳤을 가능성이 크므로 특별히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1월은 설 휴가 등으로 수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중국 춘절이 빨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제가 실제로 어렵다는 우려도 강하다. 도쿄신문은 지난달 도산한 전국 기업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7% 증가한 577건으로 집계됐다는 자료를 소개하며 “물가 상승과 인력 부족이 그대로 반영된 수치”라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