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언어학자이자 진보 지식계 대부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돌풍을 ‘사이비과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촘스키 교수는 8일(현지시간) 이언 로버트 케임브리지대 언어학 교수 등과 함께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챗GPT의 거짓 약속’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0세기 언어학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통해 복잡한 문법구조가 진화적으로 뇌 안에 들어있다는 구조주의언어학을 설파했다.
촘스키 교수는 챗GPT의 가장 큰 결점으로 설명과 예측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지능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설명의 요소’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짚었다. 그렇기에 챗GPT의 지능이 원시 수준의 인간 또는 비인간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과를 손에 들고 있다가 놓는다고 언급하면 챗GPT는 ‘사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촘스키 교수는 “인간의 설명은 그 이상”이라고 했다. 인간의 설명에는 예측뿐 아니라 사실에 반대될 수 있는 추측과 ‘중력의 힘 탓에’ ‘시공간의 곡률로 인해’ 등의 추가 문구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사고’라고 규정하면서 기계학습에는 이 과정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설명과 예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인과적 구조나 물리 법칙을 가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설령 인간의 설명에 오류가 있을지라도 “지성은 창의적인 추측뿐 아니라 창의적인 비판으로도 구성된다”며 “그것 역시 사고의 과정”이라고 했다.
촘스키 교수는 “기계학습 개발자들은 뉴턴의 운동법칙이나 만유인력과 같은 설명 없이도 자신의 창작물이 정확한 과학적 예측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하다”며 “이런 종류의 예측은 성공하더라도 사이비 과학”이라고 깎아내렸다. 촘스키 교수는 “AI가 양적·질적 면에서 인간의 뇌를 추월하는 순간을 기대했지만 그런 날은 아직 동도 트지 않았다. 챗GPT와 인간의 정신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챗GPT는 언어의 구체적인 문법과 규칙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음에도 데이터 학습을 통해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냈다. 학계 일각에서는 챗GPT가 문법 중심의 언어 생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기고문은 촘스키 교수가 자신의 가설이 흔들렸다는 비판에 반대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