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그리스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열차사고 뒤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는 중이고,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에 역대 최다 인원이 운집했다. 조지아에서는 러시아식 언론 통제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8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전역에서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수도 아테네 중심가에서는 시민 4만여명이 ‘살인자’ ‘우리는 모두 같은 열차에 있었다’고 외치며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그리스 제2의 도시인 테살로니키에서도 시위대 수천명이 정부 청사에 돌을 던지며 항의했다. 경찰은 이날 그리스 전역에서 운송 노동자, 학생, 교사 등 6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규모의 거리 시위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리스 시위는 지난달 28일 57명이 사망한 열차 사고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은 그리스 철도회사가 낡은 철도 시스템을 방치하고 관리 부실과 인력 부족으로 참사를 초래했다며 연일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아테네의 일부 시위대는 의회 앞에서 휘발유 폭탄을 던지고 차량과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다. 경찰도 군중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맞섰다. 그리스 공공부문노총(ADEDY)이 이날 24시간 파업에 동참하면서 아테네의 지하철, 트램, 버스가 멈춰섰고 선박들도 항구에 정박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한 연금 변경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에 따르면 이날 이틀째 파업이 이어지면서 고속철도 3대 중 2대가 취소됐고 스페인, 영국, 벨기에 등으로 가는 기차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관제사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항공편이 약 20% 감소했고, 오를리 공항에서는 약 30% 감소했다.
전날 프랑스 8개 주요 노동조합이 프랑스 전역에서 개최한 제6차 시위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내무부는 참가 인원을 128만명으로 추산했고, 주최 측인 노동총동맹(CGT)은 350만명으로 자체 집계했다. 다음 파업은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구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에서도 ‘러시아식 언론 통제법안’에 맞서 시위가 격화했다.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시민 수천명이 국기와 유럽연합기를 흔들며 시위에 나섰다. 조지아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면서 강경 진압했다. 정부는 경찰관 50명이 다쳤고 장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시위가 거세지자 법안을 발의한 집권당 ‘조지아의 꿈’ 의원들은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이 법안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며 “다만 이 법안이 ‘러시아식 법’이라고 그릇되게 묘사됐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