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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셀대 소녀상 기습 철거…배경은 또 日 압력?


독일 카셀 주립대학에 총학생회 주도로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8개월 만에 기습 철거됐다.

9일 재독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에 따르면 카셀대 총장 측은 총학생회가 지난해 7월 세운 소녀상을 사전 통보 없이 이날 오전 철거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총장 측과 이를 반대하는 총학생회 측이 대치 중이었다”면서 “관련 협상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기습 철거에 나서다니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재독 시민사회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다음 주 카셀대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에 나선다.


카셀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건 지난해 7월이다. 2020년 9월 베를린 시미테 지역에 설치된 소녀상에 이어 독일에서 두 번째로 공공 부지에 설치된 소녀상이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초 소녀상 설치 뜻을 밝히면서 베를린에 소녀상을 설치했던 코리아협의회에 연락했다. 이에 소녀상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감동해 영구대여 형태로 소녀상을 기증하면서 설치가 이뤄졌다.


당시 총학생회는 소녀상을 설치할 부지를 사용하기 위해 대학 측 허가를 받았고, 학생 의회에서도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설치를 진행했다. 대학 측도 소녀상을 학술적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영구설치를 승인했다.

토비아스 슈누어 당시 카셀대 총학생회장은 베를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시도했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카셀대에 소녀상을 설치하고자 한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베를린 소녀상을 일본 정부가 철거하려고 강력하게 시도했던 일로 소녀상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자국의 역사를 인정하고 역사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갖춰야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설치 두 달 뒤인 지난해 9월 카셀대에서도 소녀상 철거 압박이 시작됐다. 총장 측은 총학생회에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당시 총학생회가 철거 통보에 반발하자 총장은 다음 학기 시작 전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재차 통보했다.

이 같은 상황 배경엔 일본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의연은 지난해 9월 소녀상 후원자 명판을 전달하기 위해 카셀대를 찾았다가 일본 정부가 소녀상이 세워진 이래 계속해서 총장에게 철거 요구를 해왔다는 정황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