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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비서실장 출신 리창이 中 총리…국무원 지도부도 ‘시자쥔’이 장악


중국 경제를 이끌 국무원 총리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인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됐다. 부총리 4명과 국무위원 5명도 시 주석 친위 세력들로 채워지며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투표에 참여한 2947명 중 2936명(99.6%)의 찬성으로 리 상무위원을 총리로 선출했다. 시 주석이 지난 10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반대와 기권 없는 만장일치 찬성으로 세 번째 임기의 국가주석 및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된 것과 달리 반대 3표, 기권 8표가 나왔다. 시 주석이 리 총리를 임명하는 주석령에 서명하고 회의 사회자가 이를 발표하자 리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인대 대표들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한 뒤 시 주석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이어 10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리커창 전 총리와도 인사를 나눴다.

리 신임 총리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에서 성장과 당 서기로 있을 때 비서실장 격인 저장성 당위원회 판공청 주임을 맡으며 핵심 측근이 됐다. 시 주석이 2012년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선출된 뒤로 저장성 성장, 장쑤성 당 서기, 상하이시 당 서기 등을 맡으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경제 도시 상하이 전체가 두 달 넘게 봉쇄돼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0월 열린 20차 당 대회 때 서열 2위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입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예상대로 총리가 됐다.

중국 최대 경제 벨트인 장강 삼각주(상하이시·저장성·장쑤성)를 모두 거친 경제통으로 평가받지만 중앙정부 근무 경험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상하이시 당 서기 때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설립을 주도하고 첨단기술지구인 린강에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궈지)를 유치해 친기업, 친시장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시진핑·리창 체제가 출범하면서 장기집권에 들어선 시 주석의 1인 독주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을 주축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자 개혁파였던 리 전 총리가 물러나면서 정부 내 시 주석 견제 세력은 사라졌다. 정치와 군사는 당 총서기가, 경제는 총리가 책임지는 중국식 당정분리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약화했고 올해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치면서 당 우위의 당정통합, 당강정약(黨强政弱, 당의 권한이 강화되고 정부는 약해짐) 기조가 뚜렷해졌다. 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시 주석 포함 7명)는 20차 당 대회를 통해 이미 시 주석 사단으로 채워졌다.

리 신임 총리는 과거 직속 상관이자 자신을 발탁해준 시 주석에게 충성하며 그의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역할에 머무를 전망이다.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중국 정부가 정한 경제성장률 목표 5.0% 안팎을 달성하기 위해 내수 확대, 민영기업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제 분야에서 막강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시 주석이 부여해주는 권한 내에서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 신임 총리는 12일 딩쉐샹 정치국 상무위원과 허리펑·장궈칭·류궈중 정치국 위원을 부총리로 지명했다. 중앙서기처 서기를 지낸 딩쉐샹은 ‘시진핑의 그림자’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오랜 측근이다. 허리펑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맡아 거시 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기술 관료 출신으로 시 주석의 핵심 어젠다인 과학기술 자립 자강 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궈칭은 중국 최대 무기 생산 업체인 중국병기공업그룹에서 총경리를 했던 군수통이고 류궈중은 하얼빈공대를 졸업한 뒤 공직에 입문해 산시성 당 서기 등을 지냈다. 부총리와 각 부처 부장(장관) 사이에 위치한 국무위원에는 리상푸 중앙군사위원, 왕샤오훙 공안부장, 우정룽 전 장쑤성 당 서기, 천이친 전 구이저우성 당 서기, 친강 외교부장이 지명됐다.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유임됐다. 류쿤 재정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탕런젠 농업농촌부장, 왕즈강 과학기술부장도 자리를 지켰다. 안정 속 성장 기조하에 재정·통화를 책임지고 과학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인사들을 유임시킴으로써 정책 안정성과 연속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행장 유임은 금리 변동 등 통화 정책 수단보다는 내수 확대를 중심으로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지난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것과 달리 중국은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중국 경제 회복이 재개되고 국제 환경이 변화무쌍한 현시점에서 인민은행장 유임은 통화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지원의 강도가 약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