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중소형 은행에 대한 투자자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해 고객 불안감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뉴욕 주식시장에서 은행주 대부분이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미 증시는 블랙먼데이를 피했지만, 공포지수는 치솟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다만 미 당국은 중형 은행에서의 대규모 예금인출 움직임은 진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13일(현지시간) 미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를 모아놓은 KBW 나스닥 은행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6% 하락했다. 지방은행주들을 모아 추종하는 ETF인 The SPDR S&P 지역은행 ETF는 12.31% 하락했다. 두 지수의 최근 5거래일간 하락폭은 각각 24~25%다.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주가가 61.83% 폭락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47.06%), 코메리카(-27.67%), 자이언스 뱅코프(-25.72%%), 팩웨스트 뱅코프(-21.05%), 찰스슈압(-11.57%) 등 다른 중형 은행 주가도 폭락세를 보였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웨스턴 얼라이언스,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는 최근 5거래인 간 하락폭이 64~74%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12개 은행의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고 설명했다.
중형 은행 불안감은 씨티그룹(-7.47%), 웰스파고(-7.13%), 뱅크오브아메리카(-5.85%), JP모건 체이스(-1.84%) 등 대형주로까지 번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일 기준 시가총액 50억 달러 이하인 124개 미국 상장 은행 중 100곳 이상의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 7.62%로 치솟으며 최근 6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6% 포인트 급락하며 4% 밑으로 내려앉았다. 2년물 금리가 장중 0.5% 포인트 이상 하락한 건 198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날 폭락한 은행주 일부에선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낙폭 상당수를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CNN은 재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중소 규모 대출 기관의 예금 인출이 둔화했다는 징후가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뱅크런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미 당국의 예금 전액 보호 조치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공화당 소속 패트릭 맥헨리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정부 대책에 대해 “나는 우리 금융 당국과 이미 도입된 보호 정책이 우리 금융 체계의 안전과 건전성을 보장할 것으로 믿는다”며 “현시점에서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평가할 때 냉정함을 유지하고 추측이 아닌 사실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SVB 주주들은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그레그 베커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대니얼 벡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 제기했다. 주주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 사업 기반이 약화하고, 다른 고객층을 가진 은행보다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은행 감독과 규제 문제에 대한 평가에 착수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