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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낙태권 이어 낙태약 금지 소송도…여성단체 반발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승인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의 심리가 시작되며 낙태약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NBC 뉴스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낙태 반대 단체 ‘히포크라테스 의사 연합’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을 철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심리를 15일 시작한다.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국적으로 이 약품의 시판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지난해 이 단체는 소송을 제기면서 FDA가 2000년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 의료를 통해 약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서 임신을 중단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이 약물을 이용할 만큼 보편적이다. 미페프리스톤은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임신 첫 10주 동안 낙태를 위해 복용할 수 있는 약이다. 유산유도제 미프진이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으로 구성된다. FDA가 2000년 승인한 후 병원과 일부 통신판매 약국 등에서 처방전을 통해 판매됐으며, 올해 초 규제 완화를 통해 동네 약국이나 CVS, 월그린스 등 약국 체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보수 성향의 연방 판사가 있는 텍사스에 이 소송이 제기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심리하는 텍사스주 연방 판사 매슈 캑스머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판사가 되기 전에는 보수적인 기독교 법률 단체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낙태권과 동성결혼을 비판하는 글을 냈기도 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 판사는 지난 10일 전화로 열린 사건 관계자 회의에서 변호사들에게 “사건 심리에 대해 덜 알리는 것이 좋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소송에 반대하는 단체가 시위 등 반대 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낙태권 옹호 단체들은 소송을 제기한 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판사를 골라 ‘법원 쇼핑’을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히포크라테스 의사 연합’은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인 지난해 8월 텍사스 북부 애머릴로 지역에 등록됐다. 캑스머릭은 애머릴로 지역을 담당하는 유일한 판사로 그곳의 모든 민사 사건을 심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페프리스톤 판매 금지나 FDA 승인 철회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미니스트 단체인 ‘여성의 행진’은 “판사가 이 소송을 공공의 시야에서 숨기려 하고 있다”며 15일 법원 앞에서 기습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연방법원의 결정은 전국적으로 효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가장 중요한 판결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