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166년 된 크레디트스위스 휘청…은행시스템 우려 글로벌 전이


166년 된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뱅크런 우려로 주가가 폭락했고, 스위스 금융 당국은 유동성 지원 의사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 여파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증시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흔들리며 무너졌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시스템 위기가 글로벌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10.16% 치솟았다. 장중 한때 29%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공포 원인은 CS 재정 건전성 우려다. CS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 고객 자금 유출을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CS의 돈줄 역할을 해온 최대 주주 사우디 국립은행은 이날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 불안감을 키웠다.

CS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30% 가까이 폭락,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스위스국립은행은 “필요한 경우 CS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구제금융 투입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CS가 휘청거리면서 유럽 주요 은행들도 모두 무너졌다. 프랑스 대형 은행 소시에테제네럴(SG)과 BNP파리바, 스페인 방코데사바델은 10~12% 폭락했고, 독일 도이체방크도 9% 하락했다.

스위스 당국은 성명에서 “미국의 특정 은행 문제가 스위스 금융 시장에 직접적인 전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 미국 은행 시장의 혼란으로 인한 전이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그러나 “SVB의 실패가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고 설명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 영향이 실물 경기에 반영되기 시작해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외환중개업체 오완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SVB에서 시작된 은행 혼란이 실제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며 “많은 은행의 수익 모델이 제로 금리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시장은 (고금리 시대) 은행이 어려움에 부닥쳤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10년 이상 이어진 이지 머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규제 완화의 결과”라며 “SVB의 붕괴는 (금융 시스템의) 서서히 진행되는 위기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전날 안도 랠리를 펼쳤던 뉴욕 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보합 상태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스위스국립은행의 구제 금융 투입 소식으로 겨우 낙폭을 만회했다.

하지만 퍼스트리퍼블릭은행(-21.37%), 팩웨스트 뱅코프(-12.87%) 등 SVB 사태 이후 건전성 우려가 제기됐던 중견 은행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모건스탠리와 시티그룹은 5% 이상 폭락했고,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는 3~4% 하락하는 등 대형 은행 주가도 흔들렸다. 신용평가사 S&P와 피치는 “예금 유출 위험이 크다”며 A- 상태였던 퍼스트리퍼블링은행의 신용 등급을 정크 수준인 BB+, BB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확률은 과반(50.5%)으로 올라왔다. 내셔널 얼라이언스 증권 앤드루 브레너 책임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로) 긴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친 것”이라며 “(긴축 정책은) 은행 시스템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미국 은행 시스템은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을 통해 탄력적이고 견고하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미 재무부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CS 주가 폭락과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글로벌 카운터 파트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