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 전반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 팬데믹 회복 속도를 늦춰 세계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17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 회복 추적지수(TIGER·타이거)가 지난 1월 10.783802로 지난해 6월 27.772412보다 16.98861 줄었다고 밝혔다. 7개월 만에 하락 폭이 61%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이미 지난해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셈이다. 지수가 마이너스 상태이던 팬데믹 기간보다는 견고한 상태지만, 회복력 수준은 크게 낮아진 것이다.
타이거지수는 금융 시장과 투자자 신뢰도, 실물 경제 지수 등을 세계 경제와 각 국가의 장기 평균치와 비교해 산출된다. 브루킹스연구소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공동 개발했다.
미국은 17.71858로 지난해 6월 대비 -40.03% 하락했다. 영국(18.85378·-25.67%), 일본(22.55029·-29.91) 등도 하락세가 분명했다.
신흥국 경제는 하락세가 보다 컸다. 그리스는 -1.505451로 같은 기간 -134.76% 하락했다. 멕시코(2.759585·-93.09), 스페인(5.937823·-78.77%), 남아프리카공화국(9.693724·-77.22%) 등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은 11.45297로 수치는 견고했지만, 지난해 6월 고점(23.53011) 대비 51.32% 하락했다.
FT는 “지난해 후반 이후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에서 성장 모멘텀이 현저히 상실됐음을 보여준다”며 “신뢰도도 정점에서 떨어지고, 최근 금융 시장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대부분 정부가 직면한 제한된 정책 공간이 2022년을 성장이 힘든 해로 만들 것”이라며 “지정학적 긴장의 급증은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특히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3대 경제 블록이 각각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에드와르 프라사드 선임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위험이 있고, 신호보다 공격적으로 긴축할 수 있다”며 “이는 2023년 성장률 둔화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선 “코로나19 제로 전략을 고수하려는 결의가 점점 더 실행 불가능해 보인다”며 “소비자 수요와 투자 및 생산 모두 약화할 조짐을 보이고, 이는 중국 이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중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은 금융 안전성에 대한 장기적 위험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 신뢰 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일본의 소비 주도 반등은 오미크론의 파괴적인 영향으로 탈선했고, 지속적인 회복에 대한 전망을 흐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 경제에 대해선 “지난해 강력하게 반등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세금 인상, 공급망 혼란이 엄청난 역풍을 가중해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정책적 수단은 많지 않다. 프라사드 선임연구원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지속적인 공급 중단,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정책적 여지가 제한돼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엄청난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는 이번 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경제 전망과 각국 대응책을 논의한다. FT도 “가격 압력 증가, 생산량 쇠퇴, 신용도 하락은 대부분 국가에 어려움이 될 것”이라며 “IMF는 경제 성장률 예측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