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급속 인상 행진을 벌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딜레마에 빠졌다.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스템 불안정이란 ‘복합 위기’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금리 인상 여부가 은행 위기의 최대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연준이 0.25% 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62%로 집계됐다. 은행시스템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연준이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셈이다.
물가지표상 추가 긴축 필요성은 높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6% 수준으로 연준 목표(2%)를 크게 웃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까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미 정부와 규제당국, 대형 은행 등의 유동성 해소 노력은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
때문에 Fed의 기준금리 전망은 요동치는 형국이다. 페드워치에서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40%를 웃돌았던 빅스텝(한 번에 0.5% 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SVB, 시그니처은행 등 파산 이후 ‘제로(0)’가 됐다. 금리 동결 확률이 50%를 웃돌다가 지금은 38%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도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사 라자드의 피터 오재그 금융자문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은 당분간 긴축을 멈추고 나중에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밥 슈워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권 문제는 연준이 대출을 통해 억제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은행 문제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연준이 더 긴축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