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에서 6살짜리 막내를 포함한 여덟 식구가 모두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완주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켄터키주 벨뷰에 사는 크로포드 가족은 지난 1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제25회 ‘플라잉 피그 마라톤’(Flying Pig Marathon) 대회에 참가해 출발 8시간35분 만에 일제히 결승선에 도착했다.
42세로 동갑인 캐미와 벤 크로포드 부부는 6명의 자녀(6세·11세·15세·17세·19세·20세)와 나란히 손을 잡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들은 해당 장면을 담은 영상과 글을 지난 3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부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만2600명으로 유튜브의 경우 구독자가 5만 명이 넘는다.
부부는 “막내가 무척 힘들어했다. 3분마다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했다”며 “어린 아들이 그 작은 몸으로 완주를 해낼 줄 몰랐다. 그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막내는 마라톤 코스 32㎞ 지점에서 프링글스 감자칩을 나눠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7시간 만에 32㎞ 지점에 도착했을 때 테이블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텅 빈 상자들만 남아있었다”면서 “막내가 울기 시작해 프링글스 2통을 사주겠다고 달래며 발걸음을 옮겼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어린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댓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부부가 SNS에서 ‘좋아요’를 받기 위해 아동 학대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장거리 육상선수 출신 카라 구셔(43)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6살짜리 아이는 마라톤이 자신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할 수가 없고 왜 이런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며 “이 어린아이는 신체적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멈출 권리가 있고 멈춰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나는 그들의 동기를 의심하거나 나쁜 양육방식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올림픽 선수 출신으로서 이것이 아이에게 좋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들이 그냥 뛰어놀게 내버려 둬라. 하지만 부모는 그들의 성장하는 몸과 어린 마음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크로포드 부부는 “아이들의 정서적·신체적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으면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고 괜찮다고 판단했을 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강요는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마라톤 대회 조직위에도 불똥이 튀었다. 크로포드 가족은 모두 등번호를 달고 있었지만, 해당 대회는 참가자격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로포드 자녀 6명 중 4명은 18세 미만이다.
조직위 측은 “참가자들의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보호와 지원을 제공한다”며 크로포드 가족 전원에게 등번호를 지급한 것은 아버지가 어린 자녀와 항시 동행하겠다는 다짐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