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심해저(深海底)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광물의 채굴을 놓고 국제해저기구(ISA)와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회원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회원국들은 “생태계 파괴 우려가 크다”며 채굴을 반대하고 있는 반면 ISA는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심해 채굴을 둘러싼 논쟁은 캐나다 광산기업 ‘메탈즈컴퍼니’가 오는 7월 이후 ISA에 사업 승인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격화됐다.
태평양 해저면 4000m 아래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코발트·망간·구리 등 40여종 희귀 금속이 단괴(團塊)를 형성해 깔려 있다. 이런 단괴는 전 세계 심해에 1조7000억t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기업 메탈즈컴퍼니는 2년 전 ISA가 허가한 남태평양 약 15만㎢ 심해에서 광물 탐사권을 확보했다며 “해당 구역에서만 전기차 2억8000만대에 탑재될 배터리에 쓸 수 있는 충분한 희토류 자원이 있다”고 밝혔다. 메탈즈컴퍼니는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와 키리바시, 통가 3개국과 관련 계약을 맺었으며, 이 나라들은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심해 광물 채굴 관련 국제 규범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가디언은 “마이클 롯지 ISA 사무총장이 일각의 반대에도 심해 채굴 사업을 밀어붙이는 탓에 회원국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뉴질랜드 코스타리카 칠레 등 ISA 회원국은 채굴 작업이 해저 생태계에 미칠 여파가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중단 또는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굴은 무인 로봇이 진공청소기처럼 단괴를 빨아들인 뒤 파이프를 통해 해상으로 배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유럽 국가들은 이 과정에서 미세한 입자의 퇴적물이 떠올라 해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맞서 롯지 사무총장은 “예측 가능하며, 관리할 수 있다”며 찬성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심해저 경제 활동이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