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은 ‘서방의 압박에도 끄떡없는 철옹성 구축’이었다.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크스바에서 회담한 두 정상은 안보·에너지·금융 등 전방위에 걸친 전략적 협력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는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경계하며 서로의 안보 주권을 지지한다 △양국 무역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인다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중국에 더 많이 공급한다 등에 합의했다. 미국을 향한 창끝을 더욱 날카롭게 벼린 것이다.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휴전 혹은 종전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국제사회가 주목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두 정상은 오히려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강조했다. 22일 중국 외교부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한 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과 ‘2030년 경제협력을 위한 계획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성명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협의체) 동맹의 핵추진 잠수함 공유 및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군사 협력 강화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의 반(反)중러 연대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대만의 독립에 반대하고 중국이 자국 주권을 지키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양안 갈등 국면에서 확실한 중국의 편임을 재차 확인했다.두 정상은 또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국제법의 원칙과 규범을 대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러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지원을 서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체제에 대한 방어를 양국 협력의 궁극적 목표로 내세운 셈이다.경제 분야에선 금융·천연자원 분야에서의 협력이 두드러졌다. 양국은 “무역, 투자, 대출 등 교역 과정에서 현지 통화 결제 비율을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합의했다. 달러 결제 비율을 낮추고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 사용을 늘려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러시아 외환시장의 위안화 비율은 0.3%에 불과했지만 올해 2월에는 40%로 급등했다. 미국 등 서방의 금융 제재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두 정상은 “미국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대해 구체적 행동으로 응답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도발을 두둔했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