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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에 ‘필승 주걱’ 선물한 기시다…日서도 “부끄럽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른바 ‘필승 주걱’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4일 다수의 일본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주걱을 선물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상회담 후 진행된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현 이쓰쿠시마에서 제작된 50㎝ 크기의 주걱(샤모지)과 종이학을 모티브로 만든 램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선물한 약 50㎝ 길이의 대형 주걱은 히로시마 특산물로 기시다 총리의 서명과 함께 ‘필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필승 주걱이 길조를 비는 특산물이 된 것은 일본에서 ‘밥을 먹다’와 ‘(적을) 잡다, 체포하다’는 말의 읽는 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과거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당시 일본 병사들이 승리를 빌며 주걱을 이쓰쿠시마에 바쳐 유명해졌다. 고등학교 야구, 축구 등 경기에서 히로시마 대표팀이 응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을 지냈던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도 한·일수교 50주년 로고가 새겨진 히로시마산 샤모지를 선물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24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필승 주걱을 선물한 데 대해 “외교로 현지 특산품을 가져가는 일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시가키 노리코 참의원 의원이 “(전쟁은) 선거나 스포츠가 아니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평화를 행하느냐다”라고 비판하자 기시다 총리는 “(선물의) 의미를 내가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기시다 총리의 이번 선물을 두고 “부끄럽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필승 주걱을 일본 야구 대표팀에 주면 상관없지만,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은 센스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종이학 1000마리처럼 주걱도 황당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일본에서 종이학 1000마리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아픈 이들의 회복을 앞당겨진다고 여겨지는 선물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에서 종이학을 접어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있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