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최근 3개월 사이 재벌 6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중 4명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 또는 그 자회사 중 한 곳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저명한 사업가 최소 5명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3명은 사망 전 가족을 살해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인 리아 노보스티는 지난 1월 가즈프롬의 고위 관계자가 레닌그라드 인근 마을의 자신의 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타살 정황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바로 직후인 지난 2월 25일에는 가즈프롬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가 같은 마을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조사 결과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CNN은 러시아 조사위원회에 두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티우라코브가 숨지고 사흘 뒤 영국 잉글랜드 서리 자택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억만장자 미하일 왓포드의 사망 소식도 전해졌다. 그 역시 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사업가였다. 왓포드에 대한 조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당시 외부 침입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현지 매체는 또 다른 러시아 사업가 바실리 멜니코브도 지난 3월 러시아 노브고로드에서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조사위원회는 그가 그의 아내와 10세, 4세 두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이달 초에만 러시아에서는 두 명의 사업가가 사망했다. 러시아 고위 관료이자 가즈프롬뱅크 부사장 출신인 블라디슬라브 아바예프는 그의 아내와 딸과 함께 지난 18일 모스크바 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조사위원회는 아파트 내부가 모두 잠겨 있었다는 점과 아바예프의 손에서 권총이 발견된 정황을 들어 아바예프가 가족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19일에는 가즈프롬의 지분 일부를 소유한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노바텍 전 임원 세르게이 프로토세니야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부 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함께 숨진 그의 아내와 딸은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
부고를 접한 그의 아들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무척 사랑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그들을 다치게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아버지가 살해당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간 가즈프롬 부사장 출신 이고르 볼로부예프 역시 CNN을 통해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아바예프는 VIP 고객들을 다루는 프라이빗 뱅킹이 주 업무였다. 막대한 돈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건 뭔가를 알았다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인턴기자